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궁지에 몰린 마음은, 갈 곳 없이 벽에 꽉 막힌 마음은 잘 익힌 밥이라기 보다는 딱딱하기 그지없는 생 쌀 같은데. 언제까지고 씹고 씹다보면, 절대 넘어가지 않을 것만 같던 것도 나도 모르게 소화되고 있으려나.
며칠 전 스님과 함께 식사를 하다 좋은 말씀을 들었다. 좋은 변화는 나도 모르게 슬금슬금 찾아오는 것이라고. 지나고 나서 그래도 내가 많이 컸네, 하는 것이 좋은 성장이라고.
외롭고 권태롭고 슬플 때는, 더 이상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마음이 꽉 막혔을 때에는, 멈춰서서 뒤를 돌아봐도 괜찮겠지. 감정이 수렴하고 뭉치다가 울음으로 터질 때, 눈물로 앞이 막막하지만 잠깐 돌아보면 어느새 나름대로 먼 길을 걸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때로 열중하고 때로 지리했던 지난 시간들은 그래도 무언가의 꽃봉오리를 틔워 내느라 힘겨웠던 것이다. 잉태와 탄생의 아픔은 슬픔이고 때로는 그 의미를 알지 못하는 무지함으로 허무로까지 이어지지만, 계절의 변화는 숙명이다. 어차피 삶은 주어졌고 소화를 해 내야 하는 것이다.
괜찮다, 잘 하고 있다. 그저 할 수 있는 만큼 씹고 소화해내고 살아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