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날, 기대를 많이 했었기에 신나고 들뜨는 기분이었다. 뉴저지에서 김치를 픽업하고 h mart에서 장을 봤다. 3시간 넘게 운전해서 가는 길, 폭우가 쏟아졌지만 우리는 즐겁게 대화했다.
둘째날, 오전에 법당에 올라가 108배를 하고 명상을 했다. 마음이 편하고 고요해서 집중이 잘 됐다. 마하행보살님을 도와서 요리를 하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거실에 앉아 잡담을 좀 하다, 저녁을 먹으러 프로비던스 시내로 갔다. 다들 피곤해서 커피부터 마시러 갔는데, H가 추천해 준 카페는 투고만 하고 있었다. 김이 새서 바로 밥을 먹으러 갔다. 이탤리언을 먹으려던 계획이었지만 길다가 발견한 korean bbq에 꽂혀서 들어갔다. all you can eat, 말하자면 뷔페식이었는데 맛은 그저 그랬다. 옷에 밴 고기냄새가 걱정돼서 강가를 잠깐 걷다가 들어왔다. 비오고 날이 쌀쌀했지만 기분은 여전히 좋았다. 우리는 쉴새없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셋째날, 7월 4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예불을 드렸다. chanting이 좀 낯설고 길었지만 나는 두 번째라 그런지 좀 낫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이 살짝 걱정되었는데 다들 열심히 앉아있어주어 고마웠다. 108배에 명상까지 하고 아침을 먹었다.
10시쯤 뉴포트로 출발했다. 차는 막히지 않았고 주차 자리도 쉽게 찾았다. 우리가 메인 거리로 가자마자 독립기념일 행사가 시작됐다. 옛날식으로 옷을 입은 사람들이 decotation을 읽고 연주를 하고 대포 21번을 쐈다. 길에서 나눠주는 성조기를 받아왔는데, 나는 시민권자도 아니면서 약간 뿌듯했다.
이탤리언 식당은 맛있었다. 칵테일 한 잔에 얼굴이 무지 빨개져서 놀림받았다. 항구에서 돌아가며 사진을 찍고, 거리를 걸어 테니스 박물관에 갔다. 그 시간 진행중이던 경기까지 한 게임 보고 나오니 다섯 시. 너무 졸리고 피곤해 커피와 초콜릿 쿠키 수혈을 하고 고서점에 갔다. 폴이 그때까지 추위에 떨고 있었기에 옷도 한 벌 사고, 해변으로 갔다.
주차하기가 어려워 그냥 돌아갈 뻔 한 걸, 다행히 빈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엄청나게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해변 양 옆의 절벽에는 아름다운 집과 별장들이 늘어서있고, 마침 구름이 걷혀 해가 비치고 있었다. 수영복을 입고 왔어야 했다고 후회하면서 하염없이 물을 보고 있자니 한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치즈케익팩토리 예약시간에 15분 늦어서 들어가지 못했다. 운전한 오빠들에게 미안했다. 급하게 근처 일식집을 찾아가서 라멘을 먹었다. 너무너무 피곤해서 폭죽놀이는 보러가지 말자 했는데, 계산하고 나오니 바로 앞에서 폭죽이 터지고 있었다. 절로 돌아오는 길, 마을 곳곳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을 가로등삼아 즐겼다.
거기에서 멈추었어야 했는데. 사우나하러 들어가서 절 얘기를 하다가 결국 너무 많은 얘기를 하고 말았다. 마무리는 잘 됐고 서로 사과도 했지만, 어쩌면 서로를 조금 더 이해는 하게 됐지만 그래도 찜찜한 마음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다음 날은 느지막히 일어나 마하행보살님이 해 주신 아침을 먹고, 단체 사진을 찍고 맨하탄으로 돌아왔다. 차가 좀 막혀서 점심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오빠들이 차를 반납하고 동네로 돌아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해산물 찜 요리였는데 비닐 앞지마에 장갑을 끼고 열심히 까서 먹었다. 피곤했지만 첫 끼여서 맛있게 먹었다.
홀푸드에 장을 보러 갔더니 전기가 나갔다고 문이 닫혀있었다. 트레이더 조에 갔더니 사람이 너무 많아 계산 줄을 한참 서야 했다. 집에 돌아오니 거의 해가 질 시간. 일찍 잤는데도 다음날 출근해서 힘들고 피곤했다. 이젠 정말 나이가 들었는지 무리하면 풀리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그래도 좋은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역시 여행을 함께 가니 부쩍 친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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