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3 오늘 문득 비가 올 듯 말 듯 하는, 축축하지만 기분좋은 바람이 불던 오늘, 센트럴 파크에 산책을 나갔다. 하루 종일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집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다가 오후 느지막히 겨우 택스 리턴이나 하고 나온 참이었다. 요 몇 주 간 이상하다 싶을 만큼 피곤했었는데, 비타민 D를 먹기 시작한 덕분인지 간만에 몸도 개운했다. 가볍게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다가 언제 봐도 좋은 저수지 풍경에 걸음을 멈추었다. 하아, 여유롭고 기분좋다--라고 하기에 딱 알맞은 컨디션이었는데. 그런데 나는 뒤에서 오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에 온통 신경이 곤두서고 있었다. 너는 파란 모자를 쓰고 뛴다고 했었는데...... 매일 바쁜 너라는 것을 알면서, 그 전에는 이렇게 기다리지 않았었는데, 사람이란 정말 웃기지. 월요일 저녁, .. 2021. 5. 4. 밥 / 천양희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궁지에 몰린 마음은, 갈 곳 없이 벽에 꽉 막힌 마음은 잘 익힌 밥이라기 보다는 딱딱하기 그지없는 생 쌀 같은데. 언제까지고 씹고 씹다보면, 절대 넘어가지 않을 것만 같던 것도 나도 모르게 소화되고 있으려나. 며칠 전 스님과 함께 식사를 하다 좋은 말씀을 들었다. 좋은 변화는 나도 모르게 슬금슬금 찾아오는 것이라고. 지나고 나서 그래도 내가 많이 컸네, 하는 것이 좋은 성장이라고. 외롭고 권태롭고 슬플 때는, 더 이상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마음이 꽉 막혔을 때에는, 멈춰서서 뒤를 돌아봐도 괜찮겠지. 감정이 수렴하고 뭉치다가.. 2021. 5. 4. 너에게 쓰는 편지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는 서간문 시리즈를 알고 있니? 이슬아, 남궁인 작가는 몇 년 전부터 SNS에서 눈여겨봐온 이들인데, 글쓰는 재료나 방식이 꽤나 다른 두 사람이 서로에게 편지를 주고받는 기획이 놀랍고 신기했어. 그저 새롭게 떠오르는 유명인을 둘 엮어보자 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상상하지 못하는 어떤 둘 만의 케미스트리가 있을 것일까? 궁금했지만 그간 바빠서 잊어버리고 지냈어. 짐작할지 모르겠지만 지난 몇 달간 나는 심정적으로 조금 불안하고 힘들었거든. 여러 가지 너와 관계된, 그리고 너와 관계되지 않은 이유들로 더 이상 너를 만나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한 것 때문에. 그러다 오늘 심심한 지하철 역에서 이슬아 작가의 마지막 편지가 올라온 것을 봤어. 그 길로 몇 달 치의 주고받은 편지를 다 읽어버.. 2021. 4. 25. 이전 1 2 3 다음